한국에서의 나
돌이켜보면 한국에서의 내 삶은 항상 다음 목표를 향해 달리는 느낌이었어요.
좋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였던 시절엔 매일 아침 학교에 갔다가 새벽까지 학원, 독서실을 반복했고 대학에 가고 나면 이번엔 취직을 위해 또 열심히 살아야 했어요.
지금 생각해보면 정해진 틀 안에서 자라온 것 같아요. 내가 원하는 게 뭔지보다 다음 단계에서 뒤처지지 않는 게 더 중요했던 시절.

일본에 처음 왔을 때
처음 일본에 왔을 때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몰랐어요.
밥을 해먹고, 빨래를 하고, 학교에 가는 것 이 하나하나를 혼자 해내면서 신기하게도 점점 자신감이 생겼어요.
아, 나 혼자서도 할 수 있구나.
대학교에서도 달랐어요. 한국에선 수강신청이 전쟁이잖아요. 근데 여기선 원하는 수업을 마음대로 신청할 수 있고 성적 외에도 부활동이 있고 공부 이외의 것도 즐기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었어요.
처음으로 "내가 원하는 것" 을 기준으로 하루를 채워가는 기분이었어요.
일본 생활이 편한 이유
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어요.
퇴근하면 정말 남남처럼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다음날 만나면 또 깔끔하게 직장인으로 돌아오는 그 거리감이 저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.
회사 밖의 내 삶을 굳이 설명하거나 비교당할 일이 없었거든요.
SNS를 봐도 그래요. 일본 분들은 박탈감을 느낄 만한 피드를 잘 올리지 않아요. 누가 어디서 뭘 사고, 얼마짜리 가방을 들었는지 그런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랄까요.
한국에서 인스타를 보면서 다른 친구는 저렇게 사는데 나는 뭐하는 건지 괜히 박탈감을 느낀 적 있었는데 그 감정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어요.
결혼에 대한 시선도 달랐어요
한국에서는 결혼을 하려면 서울에 살아야 하고, 집도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잖아요.
근데 여기는 둘이 단칸방에서부터 만들어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.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, 비교의 대상도 아니에요.
서울이 아닌 각자의 도시에서 각자의 속도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여기 와서 처음 느꼈어요.
그럼 한국보다 일본이 더 행복한가요?
물론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사는 건 가끔 마음 한편이 허전하기도 해요.
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이 훨씬 더 만족스러워요.
나이, 결혼, 커리어, 돈 모든 걸 비교당하던 환경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기준으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된 것.
지금 저의 행복 기준은 아주 단순해졌어요.
하루하루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.
오늘 맛있는 거 먹었는지, 좋아하는 공간에서 커피 한 잔 했는지, 작은 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일상.
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남들과 다른 속도여도 괜찮은 그런 삶을 도쿄에서 배우고 있어요.
일본 대기업을 퇴사하고 한국어 강사가 된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읽어보실 수 있어요 :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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